푸앵카레-호프 정리(Poincaré-Hopf theorem)

vector fields

푸앵카레-호프 정리(Poincaré–Hopf theorem)다양체(manifold) 혹은 오비폴드(orbifold) 위에서 벡터장의 지수(index of a vector field)오일러 지표(Euler characteristic)을 연관지어주는 신기한 정리입니다. 쉽게 말해, 다양체 위에 부드러운(smooth) 벡터장이 있을 때, 그 벡터장의 지수의 합이 그 다양체의 오일러 지표와 똑같다는 것이 바로 푸앵카레-호프 정리입니다.

벡터장의 지수는 벡터가 0이 되는 고립된 점(isolated zero) 주위에서 벡터장이 어떤 형태인지를 나타내주는 숫자입니다. 만약 v가 벡터장이고 x에서 고립된 영점을 가진다면, vx에서의 지수 \text{ind}_x{v}x 주위를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며 벡터장을 봤을 때 벡터장이 반시계방향으로 돌아간 바퀴수를 나타냅니다. 아래 그림은 2차원 다양체(평면) 위에서 지수 1, -1, 2, -2를 갖는 벡터장의 몇가지 예시를 보여줍니다.

typical vector field indices example.JPG

 

놀랍게도, 다양체 위에서 어떠한 벡터장을 선택하더라도 지수의 총합은 유일하게 결정됩니다. 즉, 벡터장의 지수의 합은 위상 불변량(topological invariant)입니다.

맨 위의 그림을 보시면 감을 잡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그림에는 구 위에 네 가지 방법으로 벡터장이 그려져 있습니다. 첫 세 벡터장의 경우 북극점과 남극점에 지수 1인 영점을 가집니다. 그래서 지수의 합이 2입니다. 네 번째 벡터장의 경우 북극에만 지수 2인 영점을 가집니다. 그래서 이 경우에도 지수의 합이 2입니다. 결국 어떤 경우든 지수의 합이 구의 오일러 지표와 같은 2가 됩니다.

푸앵카레-호프 정리의 간단한 응용으로, 유명한 털공 정리(hairy-ball theorem)가 있습니다. 이 정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구 모양의 강아지가 있다면 털을 잘 빗질해서 가마(hair whorl)가 생기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 혹은, 같은 질문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자면, “지구 위의 어느 곳에서도 바람이 불지 않는 곳이 없도록 할 수 있을까?”

Hairy_ball

답은 아니다입니다. 왜냐하면 가마가 없도록 혹은 바람이 어디에서도 불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수의 총합이 0이어야 하며, 푸앵카레-호프 정리에 의해 오일러 지표가 0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구는 오일러 지표가 2이기 때문에 불가능한 것입니다. 반면, 오일러 지표가 0인 토러스의 경우 아래 그림과 같이 가마가 없는 빗질이 가능합니다.

Hairy_doughnut.png

벡터장의 지수의 합이 위상 불변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면, 이것이 오일러 지표와 같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우선, 주어진 다양체를 삼각화(triangulation)합니다. 즉, 다양체를 여러 단순체(simplex)들로 분할합니다. 그 다음에 적당한 벡터장을 선택해서, 그 벡터장이 각 단순체마다 하나의 고립된 영점을 가지고, n-단순체의 영점은 (-1)^n의 지수를 가지도록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지수의 총합이 오일러 지표와 똑같이 됩니다.

그런 벡터장을 만드는 것은 간단합니다. 각 단순체의 중심에 영점을 만들고, n-단순체의 영점으로부터 (n+1)-단순체의 영점 방향으로 벡터장을 만드는 것입니다. 아래 그림은 (화살표 방향이 반대로 되어 있지만) 2차원 다양체 위에서 이러한 벡터장 모습의 일부를 보여줍니다.

vector field euler characteristic.JPG

위 그림은 각 위에서 설명한 벡터장과는 벡터의 방향이 반대로 되어 있지만 여전히 각 n-단순체에 지수 (-1)^{2-n}=(-1)^n가 대응되어 지수의 총합이 오일러 지표와 같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에 문제 없습니다. 이는 2차원, 그러니까 짝수차원의 다양체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d가 홀수일 때, d차원의 다양체의 경우, 만약 아까 설명한 벡터장과 반대방향인 벡터장을 생각할 경우,  n-단순체에 지수 (-1)^{d-n}=-(-1)^{n}가 대응되어 지수의 총합이 오일러 지표가 아니라 오일러 지표의 음수가 됩니다. 그런데 지수의 총합은 벡터장의 선택과 상관없이 오일러 지표가 나와야 하기 때문에, 홀수 차원의 다양체는 오일러 지표가 0이라는 결론을 얻게 됩니다. 이것은 푸앵카레 쌍대성(Poincaré duality)과 관련된 내용이지만 푸앵카레-호프 정리를 이용하여 쉽게 유추해낼 수 있었습니다.

이 밖에도, 푸앵카레-호프의 정리는 모스 이론(Morse theory), 가우스-보네 정리(Gauss-Bonnet theorem), 그리고 복소해석(complex analysis)의 편각 원리(argument principle) 등 여러 방법으로 응용될 수 있습니다.


더 읽을거리:

  1. Guillemin & Pollack의 Differential Topology는 푸앵카레-호프 정리를 비롯한 미분위상수학을 공부할 수 있는 환상적인 입문서입니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설명해주기 때문에 미적분학을 잘 알고 있다면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책의 정리들은 증명이 깔끔하다는 점이 좋습니다. 이 책은 ‘방향 교차 이론(oriented intersection theory)’이라는 단순해보이지만 강력한 이론을 설명하며, 이것을 이용하여 푸앵카레-호프 정리를 비롯한 차수 이론(degree theory) 그리고 가우스-보네 정리까지 위상수학의 여러 중요한 결과들을 증명해냅니다.
  2. do Carmo의 Differential Forms and Applications의 마지막 단원에 모스 이론과의 관련에 대해 간단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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